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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촬영 시선처리 주제담기
    프레임으로 본 세상 2016. 11. 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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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촬영 시선처리와 주제

    오늘 와이프와 함께 오랜만에 홍대를 거닐었다. 홍대가서 까페와 맛집 가는것을 좋아하는 와이프에게 자주 못 다녀서 미안한 마음이 컸었다. 그러던 중 오늘이 생일이다 보니 겸사겸사 홍대를 나섰다. 와이푸가 홍대의 "므농"이라는 까페를 가잔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까페의 풍경은 작은 피규어들이 있었고, 와이프가 그것에 빠져서 가자고 한 것인데 정작 가보니 피규어는 없었다. 알고보니 패이스북에 올라온 피규어는 개인 것이었고 이 까페에는 그런것이 없단다. 그래도 까페가 외관도 그렇고 실내도 그렇고 정말 예쁘게 꾸며놓았다. 물론 여자들이 좋아하는 환경으로 꾸며놓았다. 온통 핑크다. 그러던 중 유일하게 내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다. 오래된 장식장 속의 오래된 카메라다. 아마도 까페의 주인이 카메라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정말 꾸미기를 위해서 넣어둔 카메라 일지는 모르겠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가 고개를 숙인듯이 놓여있었다. 아래쪽 구조가 무엇인가 있겠거니 생각했다. 오래된 카메라가 마치 자기 나이를 말하는 듯이 늙어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보고 있는 듯 했다. 먼지가 쌓인 렌즈는 약간의 백내장이 있는 듯한 눈으로 보인다. 잘 안보이지만 아래를 지긋이 보고있다.


     오늘도 와이푸와 거리를 거닐기 위해서 밖에 나왔지만 내 환상의 콤비(600D 30mm 1.4)도 같이 가자고 했다. DSLR을 가지고 환상의 콤비를 맞추고 난후에는 거의 저 마운트한 렌즈를 뺀적이 없다. 그만큼 환상의 콤비다. 오늘은 위 사진의 카메라가 나에게 사진의 시선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해줬다. 오래된 카메라가 쳐다 보는 곳을 찍고 싶었다. 그런데 장식장을 열고 찍은 사진이라 카메라가 바라보는 곳을 찍지 못했다. 그래도 아래를 바라보는 늙은 노인이 보인다. 와이프와 까페의 2층에 올라갔다. 여기는 화학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화장품 및 각종 사람들의 필수품을 파는 "VANT36.5"라고 한다. 생활 필수품들 중에 사람에게 직접 닿는 것들에 대해서 많이 팔고 있었다. 그러던 중 디퓨저도 팔았는데, 디퓨저에 있는 향을 확산시키는 리드스틱에 검은색 장비모양이 있었다. 마치 치명적인 독을 품은 붉은 장미에 누군가가 찔리면서 흘린 피에 의해 검게 변해버린 장미 같다. 다른 리드스틱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앙상한 나무가지 마냥 있다. 검은색 장미를 보고 있자니 다른 나무가지들이 허전하지만 시선을 끌기도 한다. 아래 사진은 장미를 찍었고, 아웃포커싱으로 배경을 다 날려버렸지만 마치 다른 가지에 있었던 이미 져버린 장미가지들이 끝까지 살아남은 검은 장미를 무서우면서도 부러운 듯이 보고있는 듯 하다.

     

     

    이렇듯 사진에는 피사체의 시선이 담겨있다. 주로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전문가들은 인물이 카메라를 보지 않고 다른 곳을 볼 때는 카메라에도 그 시선을 느껴지게 찍도록 조언한다. 인물 사진은 주인공을 찍는 것이지만, 사진에 스토리가 담기기 위해서는 사진속의 인물의 행동이나 생각을 잘 표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여름 휴가 때 와이프와 강아지들과 가평의 팬션을 찾았다. 8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계곡 물은 여전히 차가웠다. 강아지가 수영 하도록 와이프가 안고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이녀석들이 차가운지 바로 물 밖으로 헤엄쳐서 나온다. 그러더니 밖으로 나와서 여기가 어딘지 코로 확인한다. 그러던 중에 저기 윗쪽에서 학생들이 신나게 같이 놀고있다. 우리 강아지가 "저형들 뭐야?" 하고 한참을 쳐다보고있었다. 아래 사진은 그 때 찍은 사진이다. 사진은 분명 우리 강아지를 찍었지만, 사진에는 이녀석이 쳐다보는 시선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저녀석은 유기견이었던 녀석이다. 우리집에 온지 10개월 정도 되어 가는 녀석인데,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녀석이지만 경계심도 어느정도 있다.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잘 안하려고 하고, 겁이 많아 늘 몸을 사리는 녀석이다. 사진에 보면 녀석의 망설이는 모습이 보인다. 걸어가서 가까이서 보고싶지만 겁이 난다. 그래서 내 몸을 어느정도 숨길만한 곳을 찾아서 서서 쳐다보고 있다. 꼬리는 차분하게 내려가 있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겁을 많이 먹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이녀석이 마음을 더 열게 되면 훗날 저 형들이 놀고있는 곳도 가까이서 가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보다가 내가 부르는 목소리에 다시 뒤돌아 와서 신나게 웃는 얼굴이 생각난다. 우리를 이제 완전한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 온 기억이 난다.

    오늘은 내 생일이라서 와이프에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자고 졸랐다. 얼마전에 페이스북에 올라왔던 제주음식을 파는 곳으로 갔다. "제주왔수다" 란다. 한 때 6개월 정도 제주도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어서, 제주 음식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있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역시나 고기다. 그중에서 고기국수를 꽤나 좋아했다. 그리고 제주에서는 도마를 돔배 라고 부르는데, 그 돔배 위에 수육을 썰어놓고 왕소금을 찍어 먹는 "돔배고기"가 유명하다. 오늘은 돔배고기도 먹고싶었는데 살이 찌는게 두려운 우리 부부는 국수만 먹기로 한다. 서울에서 고기국수를 다 먹다니 생일임이 분명하다.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패이스북이나, 블로그나 본인이 먹기 전 꼭 찍어서 올린다. 그래서 나도 올렸다. 그런데 음식 찍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조명이 어두우면 음식이 맛깔나게 나오지 않고, 너무 밝아도 음식같아보이지도 않게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식을 찍는 구도는 정말 중요하다. 음식은 분명 내가 먹는 것이지만, 그래서 내가 앉은 자리에서 내가 바라보고 있는 각도로 찍는 것이 먹는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SNS에 올리는 사람들은 내가 먹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다. 그렇다면 인터넷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고려 한다면 어디서 찍는 것이 좋을까? 요즘 트렌드는 수직 위에서 찍는 것이다. 유명한 스푼과 스틱, 포크 등을 같이 PPL하면서 찍으면 정말 그럴듯 하게 나온다. 나오자마자 와이프와 위치를 세팅하고 정면 위에서 찍었다. DSLR로 찍으려고 했더니 크랍바디에 30mm 단렌즈 이다보니 내 키가 190은 넘어야 그럴듯한 사진이 나올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폰으로 찍었다. 2인 식탁 위에 정갈하게 놓인 그릇과 수저들, 그리고 반찬들, 그리고 식탁의 색깔이 뭔가 고풍스럽다. 무엇보다 수직에서 찍은 것이 제 3자가 보는 듯한 것이 시청자의 시선을 고려한 듯한 사진이다. 이뻐 보이기 위해서 찍었지만,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생각한 사진인 것이다. 찍고 나중에 알았는데, 키가 작아 아랫부분이 잘렸다.

     

    인물 사진에서 인물이 렌즈를 보지 않는다면 그 시선을 담아내는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피사체가 인물이 아니더라도 인물화 한다면 역시 시선을 담아내는것이 중요하다. 사물이든 동물이든 시선을 만들어내면 된다. 우리 강아지가 형들을 보듯이, 오래된 카메라가 늙어 힘이 빠진 노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바라 보듯이 담아 낼 수 있다면 사진에는 스토리가 담기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피사체가 인물이 아니더라도,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사진 속의 주인공들과 가까이서 지켜보는듯한 시선을 담아 보는 것도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흥미를 부르고 사진속의 주인공으로 대리만족을 느끼게도 한다. 카메라를 가지고 사물을 인물로 만들고 시선을 한번 찍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도 몰라주지만 찍는 사람은 안다. 생각보다 재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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